금년 초만 해도 내가 청소일을 하게 되거나 청소 관련 책을 쓰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이따금 순간의 충동과 자극에 의해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경험을 하는데 그게 올해는 청소였다.
2022년 2월 말에 청소의 세계에 입문해서 9개월이 지났다. 집안일로 중간에 1개월 정도 쉬는 기간이 있었으니 약 8개월 정도 열중해서 청소일을 한 셈이다. 8개월 동안 수행한 청소 업무 건 수와 업무 시간을 합산해 보니 175건의 업무에 652시간이다. 652시간은 약 27일에 해당한다. 거의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을 청소를 하면서 보낸 것이다. 놀라웠다. 청소 1건당 일한 시간은 평균 3.7시간이었다.
첫 청소업무를 수락할 때의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과연 내가 청소를 잘 할 수 있을까? 정해진 시간 내에 청소를 끝낼 수 있을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혹시 실수를 하거나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까? 등등…
나는 지저분하거나 정리되어 있지 않은 공간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청소를 자주 하거나 주변을 아주 깨끗하고 깔끔하게 유지하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그냥 놔두고 있다가 자꾸 눈에 거슬려서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불편해지면 닦고 치우는 편이다.
내 집에 있는 청소도구라고는 다이슨 먼지청소기가 유일하다. 그래서 첫 업무를 수락한 후에 아들 집에 가서 며느리에게 걸레청소기 사용법, 드럼세탁기와 건조기 작동법을 배웠다. 그러고도 별별 걱정이 다 됐다. 손이 느린 내가, 집안 청소도 잘 하지 않는 내가 과연 고객을 만족시키는 청소를 할 수 있을까? 고객 집은 늦지 않게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까?
첫 청소업무는 나 자신의 유능성과 자기 효능감을 확인하는 시험대였다.
처음 사용하는 카카오맵으로 첫 청소업무 장소인 고객 집을 찾아가다가 방향을 잘못 잡아 잠깐 헤맸다. 간신히 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인사를 하고 집안을 둘러본 순간 큰일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국립중앙도서관 인근의 40평짜리 구축 빌라였는데 아이의 가방과 책들이 거실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많은 물건들이 여기저기 바닥 구석에 쌓여 있었다. 다양한 고객 집을 경험한 지금 돌이켜보면 별것 아니었는데 청소 초보자 눈에는 집안이 굉장히 어지럽고 복잡해 보여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당황스러움을 애써 숨기고 어찌어찌 첫 업무를 무사히 마쳤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했다. 그 고객은 몇 달 후에 ‘친절해요’라는 관대한 평가를 뒤늦게 남겨주었다.
첫 업무 이후로 두려움은 없어졌다. 그러나 매번 업무를 선택하고 수락할 때마다 긴장이 되기는 여전하다.
지금 나는 나의 청소 경험에 대해 책을 쓰려고 한다. 겨우 8개월 청소일을 하고 무슨 책을 쓰겠다고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렇지만 청소일이 너무 익숙해져서 무덤덤해지고 돈벌이를 위한 일상으로 평범하게 느껴지면 책을 쓸 생각이 없어질 것 같다. 청소일이 아직 특별한 경험으로 느껴지는 지금이 청소를 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잊지 않고 기록할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청소일에 대해 이미 책을 쓴 사람이 있나 해서 YES24와 교보문고 앱을 검색해 봤더니 그리 많지 않았다. 청소일을 하다가 청소업체를 창업한 사람이 쓴 책 <청소일로 돈 벌고 있습니다>, 청년 일러스트레이터가 청소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그 경험을 일러스트로 그린 책 <저 청소일 하는데요?>, 미국의 청소회사 메리메이드(merry maids)의 이야기를 다룬 번역서 <청소의 기적>, 청소법을 다룬 일본 번역서들, 정리정돈과 수납 방법에 대한 책들이 있었다.
생활비나 용돈벌이 차원에서 청소일을 하면서 느낀 점이나 생각을 다룬 책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청소일이라는 게 굳이 책까지 써가면서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경험이 아니든지, 책을 쓸 만한 흥미로운 소재가 아니든지, 아니면 타겟이 될 만한 독자층이 많지 않아 시장성이 없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 창업자가 아닌 60대 초반 가정청소 도우미의 시각에서 쓴 이 책은 퇴직한 50~60대로서 자유로운 소일거리로 용돈 또는 기본 생활비 정도를 벌고 싶은 사람들은 물론, 청소일을 본격적으로 하거나 청소창업을 생각하는 청장년층, 청소업체 운영자들, 청소를 의뢰하는 고객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저자는 30년간 직장생활을 한 후 퇴직했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과정을 이수한 저자는 관심분야가 다양하다. 글쓰기, 외국어, 사진, 영상, 그림, 음악, 커피, 베이커리, 요리, 텃밭 가꾸기, 조경, 심리학, 철학, 부동산 등 세상 모든 것이 관심사다.
사진, 영상에 대한 관심은 첫 저서 ‘진심을 너에게’에 나타나 있다.
베이커리, 요리, 드로잉에 대한 관심은 블로그 ‘실버 스토리’에 갈무리해 놓고 있다.
우리말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종교와 심리학에 대한 관심으로 통신신학 6년 과정을 이수하고 가톨릭상담심리사 3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외에 바리스타 자격증, 부동산자산관리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